애린 이종희

시

칠월의 풋감 앞에서

칠월의 비 오는 거리를 걷다가

낡은 자동차 바퀴 옆에 떨어진

풋감을 본다.

어느 해였던가.

하얗게 뒤집힌 바다가 하늘로 흩어져

온 섬을 뒤덮다 가던 날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한가로이 놀던 별 무리가 있었지.

그 별이 하나 둘 지고 난 우리 집 뒤란엔

여러 날 월담에 실패했던

친구네 풋감들이 떨어져 있었지.

떫은 맛이 사라질 때까지 풋감은

항아리를 가득 채운 물속에다

우리고 또 우려야 했지만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알던 많은 것들을 잊은지 오래인데

칠월의 풋감을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 말라버린 세상은

그리운 시간들도 우려낸 것일까  아파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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