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행과 연 사이에 머무는 마음
317편 · 1 / 16쪽
시··사진 16장
가을입니다
베란다 안쪽으로 볕이 밀려옵니다 수국 잎이 시나브로 목이 마릅니다 따가운 볕에 계곡 바람이 스며듭니다 풀벌레 소리가 풀잎 속에서 맑아집니다 샤프란 꽃망울이 흙 위…
시··사진 11장
배롱나무
식물과 시
여름 볕이 베란다 끝에 매달리면 배롱나무 가지 끝에는 작은 동그라미들이 열립니다 깨알만 한 망울들이 하루가 다르게 몸을 불리면서도 입은 꼭 다물고 있습니다 언제…
디카시·
바보
디카시
다 빼앗기고도 까맣게 타고도 저 표정이다
시·
엄마의 창의력
오지지날은 오로라지 부탄가스는 폭탄까스 머리를 말린 엄마는 쏴아, 쏴아 동생이 물었다 엄마 팡이제로는 왜 뿌려요 안개가 5층까지 피어오르던 날 불이야를 우이야로…
시··사진 4장
채송화
마당 구석 볕이 잘 드는 장독대 옆에는 해마다 채송화가 아침을 밀어 올렸습니다 가물어 땅이 부석거려도 색색의 꽃잎을 터뜨리며 번지던 것은 어머니의 땀방울 맺힌 미…
시·
사과
끝내 하지 못한 말
둥근 것을 깎다 보면 칼날 끝에서 붉은 살갗이 먼저 밀려난다 볕을 너무 오래 머금어 속부터 갈색 멍이 번져가는 동안 떨어지지 못한 꼭지가 메마른 가지 끝을 물고…
시·
취토
그 먼 곳에도 모란은 필까
쓰리고에 피박을 썼어도 마지막은 고였다 자뻑 한 번 안 하고도 판을 엎다니 죽기 전에 광은 팔았어야 했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또다시 흩어질 고, 바닥을 내리치던 손…
시··사진 4장
빗방울 배송완료
영상 보기 (gumo 원문 첨부) 목마른 고향집 화단에 블루베리 묘목을 심어두고 빗방울을 주문했는데요 배송 정보는 보름이 지나도 로밍 중 어린 나무 허기는 바닥에…
시·
초록의 번성기
짠물 젖은 그물을 움켜쥐던 날들을 묻고 어부는 바다가 보이는 산밭에 뼈를 뉘었다 앞바다엔 파도가 일고 묵은 밭둑을 비집고 나온 머위 잎들이 우산을 편 채 일제히…
시··사진 13장
엔드리스 썸머
꽃물 든 추억 하나 꺼내보는 게 유일한 바깥
들녘의 모퉁이, 밤새 바랜 일터를 지키던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핑크빛 화장을 한다 오직 하루를 꿰매기 위해 수천 개의 천 조각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인 동그란…
시··사진 18장
엔드리스 썸머
들녘의 모퉁이 밤새 불 밝힌 일터를 지키던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분홍빛 화장을 한다 하루를 꿰매기 위해 수천 개의 천 조각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인다 동그란 외…
디카시·
허물 없는 마음
상처 입을까 가려둔 경계를 허물고 그대 앞에 한 겹 숨김 없이 내 안의 은밀한 수피를 고백한다
시··사진 8장
그곳에 서면
하얀 청춘들이 눈부시게 열을 맞춘 그 자리에 서면 문득 손목을 붙잡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어느새 아빠의 사춘기 나이를 추월해 버린 아이들이 이어폰 한쪽씩 나누어 끼…
시··사진 8장
노을 예감
타인의 계절을 살피느라 헐거워진 내벽 위로
섬 허리를 움켜쥔 소멸이 번져가면 낮게 엎드렸던 하루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날 선 기억 하나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다 타인의 계절을 살피느라 헐거워진 내벽 위로 해…
시·
이팝나무
오월 해 아래 눈부신 고봉으로 피어난다
오월은 가지 끝마다 쌀알을 안치며 온다 한솥밥 먹던 기억이 무명 실타래로 풀릴 때 섬마을 지붕 위로 시린 연기가 나풀거린다 나무가 가리키던 방향을 잃은 채 서로를…
시·
바람이 걸러낸 사유
다정한 향기로 마중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썰물이 빠져나간 해변에 홀로 서면 가슴 바깥부터 보랏빛 채도가 번진다 바람은 제 가고 싶은 곳으로만 불고 조약돌은 제 몸 하나 굴리기에 바쁜데 소금기 어린 자리에…
시·
민들레의 당부
바람은 앞으로 이어진 길을 지우고
꽃대를 올리며 대지를 다독이던 뿌리도 깃털을 세우며 허공으로 날아가던 인연도 섞이지 않을 대기의 끝은 없다 발목을 감아쥐는 서늘한 기척이 잠잠하던 망각을 흔들 때…
시·
음소거
반짝임은 꺼지기 전 표면이 내는 마지막 잡음일 뿐
새벽에 뜬 한 조각이 먼저 나선다 해도 바닥에 깔린 한 조각이 무게를 받친다 해도 서로의 솜털을 얽은 채 둥글게 굴러갈 뿐이다 흩어지려 힘을 주면 결결이 갈라지는…
시·
들풀의 노래
하늘을 감싸 안은 저 반짝이는 날갯짓
바람의 등에 얹혀 휘어진 몸을 곧추세운 초록은 제 그늘 밖으로 걸음을 뗐다 진흙을 파고든 잔뿌리가 지열을 움켜쥐던 날들 물기 밴 흙이 벌어진 밑동의 틈을 메우고…
시·
봄의 왈츠
우리는 서로의 발등을 밟지 않으려고
어깨를 맞댄 보폭마다 엉킨 뿌리가 지열을 길어 올린다 포개진 숨결이 둥근 무늬를 빚으면 숲의 심장이 천천히 부풀어 오른다 바람 끝에 날아든 쇠붙이 같은 말들,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