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풋감 앞에서

풋감
이종희
어느 해였던가요
하얗게 뒤집힌 바다가
하늘로 흩어져
온 섬을 뒤덮다 가던 날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한가로이 놀던 별 무리가 있었지요
그 별이
하나 둘 지고 난 우리 집 뒤란엔
여러 날 월담에 실패했던
친구네 풋감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풋감은 떫은맛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고 또 우려야 했지만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알던 것들이 흩어진 지 오래인데
칠월의 풋감을 보며
한참을 서 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말라버린 세상은
그리운 시간마저도 우려낸 것인지
어쩐지 서운하여
한참을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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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뒤집힌 바다가
온 섬을 뒤덮다 가는 날은
태풍이 지나가는 날이지요.
거센 바람이 바다를
한 겹씩 걷어내는 바람에
무수한 바닷물 알갱이가
안개비처럼 온 섬을 뒤덮습니다.
태풍이 지난 자리는
그야말로 모든 게 아수라장입니다.
바닷물을 뒤집어쓴
그 푸른 작물과 초목들의 껍질은
까맣게 타버리고,
여기저기 낙과들이 꺾이고 갈라진
가지와 잎에 뒤섞여 뒹굴고 있지요.
그렇게 처참한 광경 앞에서도
아이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 사이의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안도하고
떨어진 풋감을
무척이나 반가워합니다.
하늘이 올라갈 틈이 없는지
며칠째 습기 가득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늘 평안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