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비로소

나에게

들지 못한 햇살이

언 강을 녹이고

가만가만 스칠 때도

움켜쥔 주먹은

내가 풀지 않으면 그뿐

나의 진리는

셀 수 없는 시간을 믿으며

유유히 흘러갔다.

드넓은 우주 속

나무 한 그루

민낯으로 서

비로소 돌아본다.

나를 흔들던 바람은

볕의 벽이 되고

나를 데우던 볕은

바람의 벽이 되어 있음에

어느 한 가지

나를 이루지 않은 게 없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