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파도소리 길 따라...

때 아닌 유채꽃이 피고

마을 어귀 텃밭 푸성귀는 여전한데

정작 월동을 할 수 있는 동백나무는

근심어린 결박에 속수무책이다.

파도소리길 작은 전망대 느린 우체통은

존재만으로 빛바랜 추억을 드리우고

인위적인 풍경마저 익숙하게

낯선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전망 좋은 파도소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유래를 알 수 없는 새로운 펜션들이

터줏대감보다 더 넓게 자리하여

외려 지나는 마음을 붙잡는 것은

오랜 바람을 스친 흔적이었다.

어딜 가나 삶의 흔적들은

따사롭고 감미롭다.

떠나온 이들의 흔적 또한

그 어딘가를 데우고 있을 터

한 번도 떠나지 못했던 저들은

서로의 가치를

어떤 빛으로 느낄 수 있었을까.

장소:경주 주상절리 가는 길

배경음악:Forever / Stratovar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