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나


8년 전 (2010) 친구가 동백 씨로 발아시킨 동백나무를 분양해 주었다.
세월이 흘러 약간 웃자란 동백나무를 전지 하게 되었는데, 그중 흙에 꽂아둔 작은 가지 하나가 여러 달이 지나도 시들지 않았다. 뽑아보니 뿌리가 묵직했다.
그 후 어미 동백나무는 형님댁에 보내 드리고 아기 동백나무만 키우고 있었는데, 그 사이 가는 줄기에 잔가지만 무성해 전지 하게 되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한 처절한 버팀에도 결국 가지들은 모조리 잘려나갔고, 그때처럼 달랑 작은 가지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그 헛헛함에 풍란 목부작을 만들고 콩란을 덮으니 그럴싸한 분재 모습으로 변했다. 이렇게 우리 집 동백나무는 주인도 예측 못 한 고난의 역사를 쌓아왔다.
식물도 동물처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우리 집 식물들은 내 발걸음 소리에 얼마나 놀라고 걱정이 될까. 툭하면 꺾어내고 뒤엎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화초는 주인의 관심과 손길 따라 성장하고 자라는 것 같다. 너무 바빠 한동안 저들을 잊고 있을 땐 확연히 관심받지 못한 티를 내고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거나 꼬질꼬질하게 말라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식물에 집중하며 시중을 들 땐 내 마음에 깃든 어둔 그림자가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들은 어김없는 보람으로 내 마음을 채워주고 있으니, 이보다 온전한 커플이 어디 있을까.
가끔 나는 텅 빈 하늘을 보며 빌어본다.
사는 동안 서로에게 참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만큼만
아프고 바빴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