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수세미

볕도 들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한 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녀의 야윈 지문은

미동 속에서도 표가 난다

나는 그녀처럼

오지랖 넓은 여자를 본 적이 없다

누구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기진맥진할 정도로 일을 한다

그녀의 의식에는

강하고 억척스러움이 깊게 배어있다

그래도 그녀는

레몬 향기를 좋아하는  천생 여자다

그녀는 땀에 젖지 않는 날이 없다

어디든 박박 문질러 깨끗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

이러다 그녀가 지쳐 무너질까 안쓰럽다

하지만 보람이 더 많은 여자,

그녀의 손끝이 스치기만 하면

빛나지 않는 게 없으니

저물 무렵 늙고 가냘픈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구석에 기대어 졸고 있다

아무도 그 모습에

관심 두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온 식구들이 청결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니까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한 남자가

하늘 창이 투명한 날엔 발코니로 데리고 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며

혹시라도 있을 그늘을 말리느라

볕 줄을 낚아채면

그녀는 글썽이다가 노곤한 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