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하늘에 걸린 닻

울음이 풀어놓는 사연을 적어 저 강물에 띄우면

못다 한 생은 그 먼 곳에서 다시 환해질 수 있을까

이승의 마지막 상류를 끌고 가는 아침이

작별의 입맞춤도 없이 아득한 흙탕물에 갇히고

숨이 찬 물살에 허둥대던  종이배는

철벽 같은 일방통행의 횡포에 휩쓸리고 말았다

버티는 백지와 놓아버린 의지가

나란히 겹치는 강물을 거스를 수 없다면

마지막 숨비 소리마저도 찰나였기를 바라는 염원은

살아서 구겨진 생을 토닥이는 온기는 아닌지

철썩이는 울분을 고음으로 읊어보아도

접히는 자리마다 닿지 못할 진실이 쌓이고

미칠 듯 달려드는 검은 흐느낌이 악몽 같아서

밀봉된 숨을 더듬어 실어 보지만 이내 흘러내린다

알 수 없는 것이 세월이라는 하얀 위로에게

잠시라도 칠흑에 가라앉아 보았는지, 펴보고 싶은데

어쩌다 축 처진 진공의 시간은 이곳에 범람하여

살아도 들이킬 수 없는 호흡에 걸려버린 걸까

내일이 움푹 페인 미호천변,

철퍼덕 주저앉은 저 모정은 누가 있어 부축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