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황톳길에서 (일상)

얼마 전

동네 언니와 조촐한 모임을 끝내고,

소화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돌자는 내 제안에

언니는 우리 집에서 오 분 거리에

황톳길이 조성되었다며,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황톳길은 비교적 한가했다.

질퍽한 구간에 수다삼매경에 빠진 아낙들이 보였다.

서로 알지 못한 사람들이 황톳길을 걷다 보니

마음까지 끈적해졌는지,

어느새 모임을 결성하는 단톡방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아무리 세상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쉽게 한마음이 될 수 있다니,

놀랍다가도 수긍이 되었다.

어제는 옆지기와 동네 선술집에서

전어 한 접시에 얼큰해져 산책을 하다가

황톳길까지 가게 되었다.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지

역시나 황톳길이 한가하다.

맨발로 걷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옆지기는

주변 운동기구랑 놀고,

나는  황톳길에 들어섰다.

질퍽한 구간에서

혼자 열심히 제자리걸음을 하던 아낙이,

몸의 독소를 빼기에는 진자리가 좋다며

가까이 오라고 한다.

덕분에 맨발 걷기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해박한 지식을 듣게 되었다.

그사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입장했고,

어느새 우린 너무 다정한 삼종 세트가 되었다.

그 아낙은 학생의 자세까지 교정해 주며

꾸준히 맨발 걷기를 하면 얼마나 좋은지 설명했다.

학생도 고개를 끄덕이며 귀담아듣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이 오지랖은 먼저 귀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 그 아낙은 먼저 수돗가로 나가고,

산책을 마친 학생의 부모님인 듯 한 분들이 가까워지자

학생은 서둘러 나가면 엄마에게 어리광을 던진다.

" 엄마, 나 발 너무 시려~"

"그러니까 이거 하지 말랬잖아,

에구 이러다가 감기 걸리겠다. 얼른 씻고 가자~"

나는 그저 혼자 남아 이들이 주고 간 유머에 살짝 벙근다.

사람들 몸에 너무 좋다고

여기저기 화단과 길들이 황토로 덮이고 있는데,

이틀 맨발 걷기를 경험해 보니,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로하여

마음의 독소도 덩달아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 시린 가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막막했던 마음이 괜히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