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바람 속의 풍경(風磬)

이제 막 눈을 뜬 산사

목어는 바스락거린 고요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썰물이 진 자리는

밀물이어도 허공이다

파도의 소란에 심연이 흔들리며

먼 바람을 그리워할 때가 있었다

깊고 푸른 숲, 해탈의 처마만 있다면

가득 찬 침묵은 얼마든 견딜 수 있다고

목어는 닿을 수 없는 미지의 평안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바다는 못내 아쉬운 물결을 꺼내

"어딜 가나 뜻밖의 해일이 숨어 있어서

무형의 공기마저 흔들린다"고 했다

댕그랑 댕그랑, 그 맑은 소리 속에

어떤 심사가 숨어 있었던 걸까

속세의 바람이 산사 지붕을 흔들고

해탈의 처마엔 파랑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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