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섬박람회
섬박람회가 끝난 뒤, 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인터넷과 뉴스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 섬박람회에 가기 전 적잖이 망설였다. 입장료와 공연 구성을 두고 말이 많았고, 투입된 예산에 비해 볼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무원 해외출장과 개막 이후 콘텐츠 보완을 위한 추가 예산 투입도 논란이 됐다. 짧게 편집된 영상 몇 장면이 박람회의 전부인 것처럼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전시관을 둘러보고 박람회장을 걸어보니, 모든 전시와 공연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어도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곳곳에는 눈길을 붙잡는 설치예술도 있었다. 그동안 일부러 시간을 내고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면서 찾아다녔던 수목원이나 전시회와 비교해도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리 신청해 둔 ‘섬 반값여행’도 쏠쏠했다. 식사비와 뱃값 등 여행에 쓴 영수증을 등록하니 인정된 금액의 50퍼센트가 지역화폐로 돌아왔다. 증빙 사진을 찍어 올리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려받은 금액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환급받은 돈은 여수 시내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다시 쓸 수 있었다. 남은 잔액은 ‘여수엔’에서 갓김치나 건어물, 수산물 같은 특산품을 주문해 집으로 배송받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기한은 올해 12월 31일까지라고 한다.
박람회장만 둘러보고 떠나기보다 바다를 따라 걷고, 여수의 먹거리를 맛보고, 시간이 된다면 배를 타고 섬에도 들어가 봐도 좋다. 박람회에 여수 여행을 함께 묶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다.
전시 중에는 섬의 자연과 생활, 섬사람들의 삶을 하나의 문화로 보여주는 내용도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도 섬이어서인지 이 부분에서는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섬은 관광객에게는 잠시 다녀가는 여행지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매일 배가 드나들고 바람과 물때를 살피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섬에서는 아무리 해안을 깨끗이 치워도 파도가 밀려오면 육지에서 떠밀려온 폐목이나 쓰레기가 다시 쌓인다. 어제 치운 자리에 오늘 또 나무토막이 놓이고, 다음 물때에는 어디서 떠밀려왔는지 모를 것들이 모래밭에 올라온다. 그런 모습을 보고 관리가 안 됐다거나 지저분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다를 끼고 사는 섬은 치워도 또 밀려오는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치우는 사람의 손보다 파도가 먼저 도착하는 날도 있다.
예술은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이 사람에게 전달되고 해석되고 경험되는 과정, 즉 ‘매개’가 중요하다. 박람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공식 계획상 676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책정됐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만큼 기대도 컸고 비판도 많았다. 박람회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61일 동안 열린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 만큼 박람회가 끝난 뒤 그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하다.
임시 전시관은 철거할 예정이지만 진모지구에 새로 마련한 도로와 상하수도, 보행로와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은 남는다.
금오도와 개도는 이번 박람회의 부행사장 가운데 두 곳이다. 진모지구에 모였던 사람들의 관심이 박람회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실제 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한 번 다녀간 사람이 계절을 달리해 다시 찾아오고, 처음 섬을 알게 된 사람이 어느 날 배를 타고 들어온다면 그것도 박람회가 남긴 것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전시관의 불이 하나둘 꺼진 뒤에도
금오도와 개도에는 배가 들어올 것이다.
누군가는 그 배에서 내리고
또 누군가는 섬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섬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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