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마당에 바다를 풀어놓으면
어슬렁거리던 나비는 길을 잃었다
정적에 휩쓸린 세간살이가
강산이 쌓아둔 언덕에서 식었고
구멍 난 기둥을 겨우 달래 가며
우듬지에 남겨놓은 간수 네 병은
차마 삼킬 수 없어 박제되었다
뭍 가지 하나 붙잡지 못한 부초는
긴긴날 표류하던 바다를 지우고서야
은모래 뜰을 얻어 꽃대궐을 만들었다
손길 닿는 자리마다 달빛을 풀어놓고
어쩌다 바다 건너 먼 길을 떠나서는
울대에 새겨 넣은 그 이름 아롱져
밤새워 박꽃으로 피었다는데
발자국을 삼켜버린 환삼덩굴은
들창가에 푸른 커튼을 쳐두었고
휑한 아랫목을 넘보는 헛된 바람은
대숲을 흔들며 문 앞을 서성이는데
행여 계절이 떠나면 달빛도 바래질까
관절이 굳어 삐걱거린 빗장을 풀어
가슴을 열어 보이는 달맞이 꽃송이들
-----------
변함없이 방문해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꿈 꾸시고
희망찬 4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