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 비오는 날의 일기 #

# 비오는 날 #

낼 출국을 하는 오빠 편에

남편에게 보낼 상비약과

몇 가지 물품들을 쌓다 보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 해도

내게는 봄비가 틀림이 없다.

이런 날은

내 애초 들을 봄비와 결혼시키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너무도 행복해 하는 마당가에 앉아

한 없이...

지켜보고 싶다.

........................................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주전자 뚜껑이

달그락 달그락

비에 잃은 내 넋을

부르고 있다.

아...

감미로운 이 향내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까...

왠 청승이냐... 하겠지...

그래도 좋다.

누구에게나

고독은 친구이다.

애써 피하려 들어도

결국엔 내 곁에 있다는 걸

난 참 빨리도 깨달았다.

어느덧,

딸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아침에 분명

우산 들고 가야 한다고 일러두었건만

내 건망증에 우산을 찾는다.

이럴땐

노화한 내 뇌를 탓해야 하나...

머릿속에 가득 쌓인 먼지를 탓해야 하나...

비가 오는데

어둠은 눈치도 없이 춤을 춘다.

2003.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