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해질녘 겨울바다

해가 바다 끝에 몸을 누이면

바람은 먼저 이름을 잃고

젖은 모래 위 발자국 하나

돌아갈 곳을 찾다 지워진다

두 손을 주머니에 숨긴 채

괜히 파도 수를 세어 보다가

너 없이도 저녁은 오고

나는 아직 여기 서 있다

말하지 못한 안부들이

파도에 밀려왔다가

닿지 못한 채

다시 어둠 속으로 젖어 간다

그리움은 겨울 바다처럼

차갑게 와서 오래 남아

해질녘 붉어진 수평선에

너의 얼굴이 겹쳐진다

돌아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등을 돌려보게 되는 건

이 바다 어딘가에

아직 네가 남아 있어서

갈매기 울음도 낮아지고

방파제 그림자가 길어질 때

사랑이란 말은 너무 늦게

입술에서 식어 간다

목도리 끝에 묻은 숨결처럼

잠시 따뜻했다가 사라진

그날의 온도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계절이 한 번 더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라 했지만

겨울은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불러 세운다

그리움은 겨울 바다처럼

멀어질수록 깊어져

저무는 빛을 따라가다

결국 너에게 닿는다

아무도 없는 이 해변에

내 마음만 파도처럼 남아

부서져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 하나를 부른다

만약 오늘 네가 본다면

이 해질녘의 나를

아무 말 없이

잠시만 안아줄 수 있을까

그리움은 겨울 바다처럼

끝이 없고 조용해서

떠난 줄 알았던 사랑이

매일 저녁 다시 온다

해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바다는 혼자 빛나고

나는 오늘도 이 자리에서

너를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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