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매화(梅花)

찬바람 가르는 검은 마디 위

굳게 다문 핏빛 입술 하나

무릎 닳도록 닦아낸 마루엔

밤마다 푸른 별빛 찰랑이고

찬물 젖은 손끝 스친 자리마다

말간 윤기가 번져 간다

난데없이 서리 내려앉아

끌고 온 이름 깊은 눈 속에 묻힐 때

날 선 말들이 돌처럼 쏟아지고

세상의 문이 돌아앉았다

꽁꽁 얼어붙은 땅 밑에서

미량의 속도로 다가선 온기

지켜보던 눈빛들이 모여

검게 탄 뿌리를 가만히 안아준다

가장 추운 새벽

마디마디 번지는 맑은 향기

함부로 뱉었던 말들이

제 안으로 굽어 녹아내린다

봄은 늘 시린 새벽을 가르고

그윽한 눈길로 다가오는 걸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