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2003년 4월 6일 봄에게...

봄이 한창 여물고 있는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활보했다.

이라크를 무대 삼아 화려한 무기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첫 무대의 압도적 성공을 이룬 사스 라는 괴질병이

하루가 다르게 인간을 조롱하는데도

봄은 여전히 아름다운 제 옷을 찾아 입고

나약한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 여의도는

아치를 이룬 윤중로 벚 꽃길 꽃잎 보다

사람이 더 많아 보이기도 했다.

배 멀미,차멀미,땅 멀미는 들어 봤어도

신종인지 아니면

내가 여태 사람 멀미가 있었는지 몰라서 그랬는지.

어쨌든 나는 사람들을 보고 멀미를 했다.

계절은 제 몫을 다 하며 봄을 데려 왔는데

IMF 한파 때 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는

태풍전야의 고요를 즐기려는 것처럼

한 없이 평화롭고 적막하기 그지 없는

오늘의 풍경을 연출해 냈다.

이것은 분명 자연의 순리에 의존한 평화일 진데

힘 없고 겁많은 한 아낙은

전쟁도 경제도 괴질병도 모두 제 의무를 다한 자연처럼

인간을 위해 묵묵히 제 자리로 돌아갔음 하는 바람으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모든 것들을

한껏 치켜 세워 주고 싶었다.

그렇게 두려워하던 전쟁은 이미 일어났고

풍부한 유전에 의한 경제적인 속셈이든

낡은 화학 탄두 발견으로

대량학살 무기를 개발한다는 오해를 받은 까닭이든

그 엄청난 대국이 조선시대 홍길동 정신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3차 대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라크 함락은 뻔 한 일일테고

그렇다면 하루 빨리 후세인이 백기를 들어주던지

속전속결로 대국이 승리하던지.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파병안이 통과한 이때

아깝고 귀한 우리 나라 병사들이 전쟁에 투입 되기 전에

겁나고 무서운 전쟁이 어서 빨리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린치 일병을 영웅화 시키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간밤 뉴스에서 접하고

연일 몇천명의 적군을 사살했으며

어디를 함락시켰는지 승 전보가 보도된 가운데

적 잖은 아이들이 꿈도 펴 보지 못 한체

싸늘 한 주검으로 변해가는 이때

과연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나 평등 하는지 의문 이였다.

평화를 지키려는 명분이든

제 욕심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지이든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또 무엇인지...

피난 길 폐허로 변한 집 담장 안에 막 피어난 백목련꽃을 보며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뻔 했다 시던 박완서님 글이

하루 종일 내 가슴에 피어나

언젠가 인간들의 욕심에 실망한 자연이

더 이상 축복을 내려 주지 않는 날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오늘 나의 행복을 주었던 봄에게

이 글과 노래를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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