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받으셨나요?

요술 항아리

얼마 전 T V 해외 뉴스에서

적잖은 비용을 들여서

눈동자에 보석을 박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걸 보며 한 평생 살아가기가 얼마나 무료하면 저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들에게 그 순간만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행복이 있었겠지요.

행복이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만족이란 그릇이 생각나더군요.

그렇지만 그 그릇은 채우면 채울수록

자꾸 채우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눈동자에 보석이 박힌 사람들은 얼마안가

또 다른 만족을 찾아 나설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많이 힘들었던 것은

변함없는 계절과 감옥처럼 철골들이

온 집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방마다 경보장치가 되어있고,

여러 개의 열쇠를 채워야만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집.

그래서 처음 저는 5층 옥상으로 자주 올라 갔더랬습니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구름, 달과 별 뿐이었지만,

그거라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그리고 며칠 지나 화원으로 내달렸습니다.

그곳에서 낯익은 화초들만 골라 돌아왔지요.

그래서 만족했냐고요?

아니요,그것도 부족해서 늘 집 주위를 두리 번 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만족을 채울 수 있는 공터의 나무들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요.

그런데 어느날 도무지 들어올 틈이 없을 것 같은 집 안에

생쥐 한마리가 돌아다니는 게 아니겠습니까.

결국 그 생쥐는 황천길로 잘 보냈으나

며칠 후 또 다른 생쥐가 출현 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생쥐가 들어올만한 곳을 생쥐처럼 헤집고 다녀보니

바로 내 만족을 채워주던 공터의 나뭇가지가 주범이라는 걸 알아냈지요.

그 나뭇가지는 우리 베란다까지 뻗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주인에게 조금만 전지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며칠지나 밑동까지 죄다 베어진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아...그 상실감이란….

그러나 어느날부턴가 만족이란 그릇은 마음먹기에 따라

요술 항아리처럼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변신한 나의 요술 항아리 속에는 지금 무엇이 가득한 줄 아십니까?

바로 이 순간 입니다.

이 순간 멋지게 펼쳐진 구름이 들어있고,

화분에 몰래 돋아나 핀 풀꽃이 들어있고,

그리고 500 Miles 의 노래와

내 고향 바다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만족의 그릇은 이미 포만 상태 이군요.

그러나 부러워 하지는 마세요.

매일 조금씩 님들 께 보내 드릴 테니까요.

혹시라도 그곳에 내 요술 항아리가 도착하거든

잘 받았다는 기별을 해 주신다면 저는 참 좋겠지요?

그 소식에 기뻐할 사람은

저와 또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이제 7월도 얼마남지 않았군요.

한국에는 무지 더운 날이 연속이라고 하는데

여름 휴가 내내 건강 조심하시고

아름다운 추억 많이 담고 오세요.

행복하시고요.

............................................베트남에서 애린.

지금 흐르는 음악 The Kingston Trio-500 Mi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