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찐빵 아줌쎄의 하루

사진제목은 양철 벼랑벽 앞에 풀

이웃 아줌쎄들과 찐빵 만들기로 약속 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일 킬로 그람짜리 밀가루를 양푼에 쏟고

윗층에 사는 미스 언니의 강습에 맞춰

이스트도 넣고 아침부터 열심히 반죽을 했습니다.

미스 언니의 직업은 아줌쎄들 맛사지도 해주고

암튼 처녀가 참말로 대단하게 이곳까지 진출해서

울 아줌쎄들이 그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그녀는 음식도 맛깔스럽게 잘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음식을 자주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맛사지해야 할 손이 거칠어지면 안 돼기 때문에 자중 한다나요.

같이 밥만 먹으면 왜 그렇게 할 줄 아는 음식이 많은지

그날도 찐빵 얘길 하길래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가

오늘 완죤히 덤탱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글쎄 일킬로 그람씩 밀가루를 준비하고

각자 반죽해서 쪄 먹기로 했는데

이 아줌쎄들 오늘 한인회관에서 바자회를 한다고

다 빠져불고 저와 학교 가지 않는 얘들만 덩그러니 남았지 않겄습니까.

하는 수 없이 아들래미들은 옆집으로 보내불고

울 딸래미와 그 집 딸래미를 데리고

알맞게 부풀어 오른 밀가루에다

어젯밤 미스언니가

나 홀로 밤을 지세며 열심히 삶아 으깨어 갔다 준 팥을 넣고

열심히 푸리팅팅한 찐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스언니가 빌려준 찜통에다

찐빵을 여섯개씩 넣고 쪄내기 시작했지요.

이제 딸래미들까지 떠난 나홀로 남은 집,

마침내 찐빵이 완성 되었습니다.

생긴 것은 호박 사촌간 하믄 딱 맞것는데

'못생겨도 맛은 좋아'를 기대하며

쿡 쑤신 젓가락에 아슬하게 딸려온 찐방을

한 입에 쓱 비어먹었습니다.

앗!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맛을 느끼기도 전에 불덩이 같은 팥덩어리가

내 입안을 지지고 마는 겁니다.

속으로 나는 눈물을 흠치며,

그려~ 나가 시방 벌을 받는 구먼,

나 홀로 냉겨 두고 갔다고 오만 상을 다 찌뿌린 내 마음이

시방 벌을 받고 있는 구먼,...

이렇게 반성을 함시롱

나머지 찐방은 기쁘게 쪄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어느덧 떠났던 아줌쎄들이 돌아왔고

찐빵을 하나씩 먹음시롱 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팥이 덜 달다는 아줌쎄도 있고, 찐빵이 덜 부풀었다는 아줌쎄도 있고,

이렇게 못생긴 찜빵 난생 첨 봤다는 아줌쎄도 있고,

그중 마지막 생각은 바로 제가 해 낸 것이지만요.

그래서 설탕을 쿡 찍어 먹으면 됀다고

제가 멋찌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이틀전 배랑 양파랑

내 정성까지 갈아넣은 물김치를 쓰윽 내 주었습니다.

아~ 그 아줌쎄들 어찌그리 식성이 좋단가요?

그럼시롱 물김치가 너무 맛있다나요?

헤~ 제가 칭찬하믄 또 넘어가 부리는 약한마음 소유자라는 걸

언제 그리 눈치를 채부렀당가요.

그래서 내친김에 물김치를 한양푼씩 다 퍼주고 말았습니다.

에구,,,기분도 자중하는 것을 미리 배워 둘 것을,

요즘 너무 바빠 집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울 신랑 김칫국 구경도 못 시켰는디요.

이런 내 맘을 위로 하기라도 하는 듯

저기 식탁위에 푸리딩딩한 진빵 세 녀석이

방긋 웃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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