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포도주처럼

삶은
늘 초행길이었다.

풀 한 포기
바람 한 줄기
낯설지 않는 게 없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정처 없는
떠돌이 구름도 만났고

연둣빛 기쁨과
잿빛 계절을 만났다.

그리고
가만가만 추억이
내려놓던 의자에도
앉아보았다.

수평선 너머
꿈꾸던 바다에서
돛배가 되고
등대를 만났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도
나에게 열린 길은
늘 초행길이었다.

문득
돌아보면
찰랑,하고
그리움이 고였고
그에게 빨리
달려 가고 싶었다.

낯선 바람이 일고
낯선 파도가 깨어나도

나는
꿈결처럼 몽롱한
초행길을 걸었다.

저 너머
환한 달빛으로
반기던 내 사랑,

삶은
늘 초행길이었다.

길을 걷는 동안
내가 꿈꾸는 것은
오래된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추억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