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기다림

그대 낯선 낯빛으로

돌아본다면

어쩌면 나는 그대

잠시 잊을지 몰라요.

그래도 모든 건

흘러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대 기억조차 없는

쓸쓸한 날에도

함께했던 세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도

모든 건

흘러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이미 그대

다른 길 위에 눈부시어

빛바랜 추억마저

없는 듯 퇴색해도

모든 건

흘러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글, 사진/애린

2007.4.8 일산 호수공원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 배미향의《쉬면서 길에게 길을 묻다》에 실린

고정희의 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중에서 -

Ocean Rose /Shine D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