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달개비

기억은

많은 날들을 깨우고

사랑은

서러운 날들을 깨우고

그대는

그리운 날들을 깨웁니다.

반나절 사랑위해

달려온 숱한 날은

그댈 위한 시간인 줄

그댄 아시나요.

내 사랑은

실바람에도 들키고 마는

작은 꽃잎입니다.

멍든 가슴 눈물 깊어

혼절케 하는

남빛 사랑입니다.

그래도

백치인 냥 웃어보는

나는...

달개비입니다.

글, 사진/애린

http://aerinlee.cafe24.com/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