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친구에게...

친구야

너도 생각나니?

그러니까...

연분홍 복사꽃이

친구네 마을을 덮기 전이었을 거야.

우린 그때 참 귀했던 카메라를

그 섬에는 하나밖에 없는 사진관에서 빌렸지.

그리고 너랑 나랑 또 우리 친구랑

참 여러 곳엘 갔던 것 같다.

독서를 하는 소녀다리에 걸터앉아

우리가 저 사진을 찍을 때

우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어떤 날엔 너와 내가 토라져

표정만 봐도 그냥 미울 때가 있었지.

또 한편 그런 우리들 모습이

얼마나 짠해보였던지...

그런 내 감정이 보일세라

웃음뒤란에 꼭꼭 숨겨두곤 했었단다.

그런데 내게는 그때의 버릇이

지금도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랬지...

아파보지 않고서는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세상의 모든 이치는 그런 것 같다.

설령 그 아픔을 안다고 해도

너와 내가 아니면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을

그 누가 알아 볼 수 있을까.

친구네 집 수돗가 동백나무와

온화했던 친구네 방.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날들을 기억하게 하는

그리운 한 친구가 있었지.

어느 가을자락

선창가를 거닐며 불렀던 옛 시인의 노래를

아마 그 친구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 친구도

허기진 우리의 우정을

언젠가 채워 주겠지.

영영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한 번쯤은 그 시절로

다녀오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넓은 세상에서 본 수 많은 사연들이

그때 만났던 순수의 빛깔을

볼 수 없게 할지도 몰라.

어쩌면 그 시절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진

환영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

그립다는 말...

그 아릿한 말들이

절로 나오던 그런 날들이 있었지.

그렇게 친구야...

내게는 간절한 그리움이 있구나

그 푸른 날들에 남겨두었던 우리들의 추억과

풀꽃같이 어여쁜 내 친구들이...

글/애린

출처/http://aerinca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