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싹

가을 지나 겨울 오면

어김없이 연분홍 꽃을 피우던 화초가

주인의 잦은 부재 탓인지

이파리마저 말라버렸다.

그렇게 여러 달을 보내며

나는 이 화초와 함께했던 세월마저

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뜻밖에도

베란다 화분대 아래

볕도 들지 못한 구석진 자리에서

추억처럼 이 싹을 발견한 것이다.

햇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

겨우내 이 화초에게 비켜갔음에도

마침내 싹을 돋아

살아있음을

묵묵히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상의 봄은

음지에서도

가만가만

피어나고 있겠다.

09.3

사진,글/애린

출처/ http://aerinca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