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홍옥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말이라도 걸라치면

먼지들이  솟구쳐 오를 듯

지쳐버린 화분위에

희멀걸 홍옥의 맥박소리가 들렸다.

그야말로

집을 떠났던 주인도

집을 지키던 초목들도

그만큼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때

우리가 할 일이란

잃어버린 것은

흘러버리는 것이고

남은 것은

온 힘을 다해

키우는 것이었다.

그런 숱한 다짐들이

견고하게 진을 쳐도

예기치 않은 사연들은

소설처럼 흘러와

아득히 사라져 갔다.

그사이 홍옥은

점점 넓은 땅을 차지했고

좀 더 우아한 자태로 빛이 났다.

다시

겨울이 오기·전에

홍옥을 본다.

이제는 너와나

딱 이만큼 거리에서

우리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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