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포토에세이

노을 물든 날

삶이 나태해지고 지루하게 생각될 때 사람들은 이탈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상이란 것이 존재하고 그것은 무지개 빛 설렘으로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지 모르겠다.

차일피일 미룬 산책을 어느 비 개인 날 같은 직장에 다니는 언니와 함께했다.

그 길은 요즘 내가 많이 좋아 하는 출 퇴근 길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햇볕 좋은 날은 그런대로 소박하고 다정한 길...

그 곳은 가까운 김포공항 때문에 오래전부터 그린벨트로 묶인 땅이다. 때문에 온통 푸른 초목과 들풀로 덥혀 있고, 한쪽엔 주말 농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인 길 카페가 있는데 언제나 마실 수 있게 커피가 마련되어있다. 뒤편에 위치한 교회에서 제공한 거란다.

직장 언니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나는 마음 놓고 가까운 농장과 들길을 담느라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성한 아들을 둔 언니가 마침 그곳을 찾은 택시기사와 나눈 대화가 길어지는 듯 했고, 그 모습들이 사뭇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다.

길가 풀꽃들은 간밤 비 때문에 잔뜩 흙을 묻히고 있었지만, 더러는 햇볕과 바람이 다 털어줄 것을 예감하는 듯 의연해보였다.

아가의 살결마냥 보드라운 노을이 나와 들길을 스치고 점점 붉어져갔다. 순간 호훕을 멈추고 그것을 담을 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솟구쳤다.

나의 이탈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무언가에 도취해 마침내 그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 그것은 내 무료함을 한꺼번에 말리고 털어낼 햇볕과 바람인 것이었다.

그때는 어설픈 생각도 미운 마음도 나에게 상처로 남지 않는다.

잠시나마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미화하는 부레옥잠의 의연하고 당당한 형상으로 서 있을 뿐...

시간이 흘러 지는 해의 아쉬움도 좋았다.

그 아쉬운 저녁 길에 남겨진 추억도 좋았다.

바로 내일이면 또 다시 아름답고 평화로운 들길을 찾아 또 다른 이탈을 꿈꿀테니까...

내 눈에 그대 담고

어떤 열망에 사로잡혀

매일 아팠습니다.

그대도 나를 두고

몇 날은 환상 같아 외면하고

몇 날은 사랑해서 돌아서고

몇 날은 간절한 그리움에

슬펐나요.

사랑의 신비가

한 올씩 벗겨지던 날에는

그대도 남은 여백을

바라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사랑 슬프면

초점 잃은 세상도

슬픔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뒷모습이 아름다울 때

우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나 봅니다.

2006.6.21

장소/부천 고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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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 de Burgh —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