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봉숭아

바람 따라  빗물 따라

하필  멈춘 곳이

아스팔트가  깔린

도시의 뒤란

전신주 옆이었다.

더 이상  떠날 수 없는

흙먼지에 싹을  틔우고

하루 이틀  사흘...

아스팔트 틈새로

내 여린 뿌리가

내려 주었다.

바람이 불때마다

내 가느다란 다리는

거친 땅에  쓸리고

소낙비에 잎새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휘청거리던 날,

아아--

기적처럼  다가온

그 고운 손길...

그렇게 살아낸 날들은

나에게 기적이었네.

별 닿는 곳까지 자라서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첫 사랑이

아득히 멀어져

무너져 내릴때도

나는 살아야 했었네.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에게 기적이었네.

어느 소녀의 작은 손톱에

곱게 물든 염원으로

이뤄낸 사랑이었네.

홀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 남은 꿈들이

다시 기운을 낸다면

내 숨 다하는 날까지

고운 꽃잎 피우며

살아내야지.

내 작은 꽃씨들이

가슴을 열고

무지개 나라로

날아갈 때까지

피워내야지.

이 글과 함께 듣던 노래노래 듣기
♪ Kyoko Fukada (후카다 교코) — Into The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