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옥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말이라도 걸라치면
훅, 하고 먼지 입자들이
솟구쳐 오를 듯
지쳐버린 화분 위에서
희멀건 홍옥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그야말로
집을 떠났던 주인도
집을 지키던 초목들도
딱 그만큼의 여지가 남았을 때였다.
그때 다시
우리가 할 일이란
잃어버린 것은
흘러버리는 것이고
남은 것은
온 힘을 다해
키우는 일이었다.
그런 숱한 다짐들이
견고하게 진을 쳐도
예기치 않는 사연들은
소설처럼 흘러와
아득히 사라져 갔다.
그사이 홍옥은
좀 더 넓은 땅을 차지했고
점점 우아한 자태로 빛이 났다.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단풍 든 홍옥을 본다.
이제는 너와 나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우리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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