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홍옥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말이라도 걸라치면

훅, 하고 먼지 입자들이

솟구쳐 오를 듯

지쳐버린 화분 위에서

희멀건 홍옥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그야말로

집을 떠났던 주인도

집을 지키던 초목들도

딱 그만큼의 여지가 남았을 때였다.

그때 다시

우리가 할 일이란

잃어버린 것은

흘러버리는 것이고

남은 것은

온 힘을 다해

키우는 일이었다.

그런 숱한 다짐들이

견고하게 진을 쳐도

예기치 않는 사연들은

소설처럼 흘러와

아득히 사라져 갔다.

그사이 홍옥은

좀 더 넓은 땅을 차지했고

점점 우아한 자태로 빛이 났다.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단풍 든 홍옥을 본다.

이제는 너와 나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우리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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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eo Laine & James Galway — How, Where, When? (Canon in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