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고향,그 겨울엔...

어린 가시내들 머리에 인 가리나무.

방파제 뒤란에 꽃처럼 일렁이던 하얀 파도.

대나무 숲속에 오래 머물던 샛바람.

뒷산 솔밭으로 날아가 버린 파란 풍선.

낮은 멧동가 마른 덤불 비집고 들어난 꼬막껍질.

폭포같이 거대한 고드름 달린 다랑논.

빨래 줄에 막대처럼 얼어붙은 식구들 옷.

엄마 방 사기대접에 움트던 고구마 순.

친구네 넓은 밭가에 피어나던 연분홍 동백꽃.

갯바위 돌김 긁던 무지개 빛 전복 껍데기.

김발들이 즐비하게 세워진 양지바른 돌담.

까만 성개 가시 박힌 엄마의 거친 손.

엄마 손이 오랜 시간 고아낸 고구마 조청.

얼기설기 엮은 대나무살 창호지에 머물던 아침 햇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