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풀잎과 바람

*풀잎과 바람

무심한 세월 한 자락

그대 스치는 날엔

하늘 향해 움튼 설레임

높은 담장에 숨기고 싶어요.

이제는 덮어두자

맹세도 했건만

한낮 햇살에 웃고 나면

어느새 그대는 떠나갑니다.

저 구름이 내 노래마냥

겹겹이 쌓인 그리움

풀어준다면

내 사랑도

의연할 수 있을까요.

지워도 지울 수 없는

내 슬픈 이연(異緣)은

때로는 들녘 이슬처럼

흔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대 지나는 날이면

끝내 초연할 수 없는 것이

그대는 바람,

나는 풀잎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