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푸름이 영영
떠날 것 같지 않던 네가
그래서 너무도
당당해 보이던 네가
어느 날 지나가는 바람에게
이유 없이 차이는 걸 보았어.
어떤 신음도 없이 앓고 있는 네게
아무런 위로도 할 수 없었지만
빈번한 그 고통이
내 깊숙한 폐부까지 와 닿던 날
나는 비로소 너를 이해하려 했지.
모든 걸 떠안고 사느라
이따금 귀에서 바람소리가 난다고
찬 겨울밤 홀로 울고 있는
너를 보았어.
얼마나 더 버텨야
걸음을 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여력도 없이
빈 가지 흔들며 떨고 있는
너를 보았어.
그러나 풀씨처럼 떠나와
끝 모를 시간을 남겨둔
갈잎의 계절 앞에서
문득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지.
찬찬히 변해가는 내 모습에서
내가 본 가엾은 넋을
거두어 본 적이 있는지를...
그래서 목 놓아
울어본 적이 있는지를...

오늘도 너는
깊은 밤에도 잠들 수 없는
6차선 도로변에서
윙윙 바람소리를 듣고 있지.
내가 너의 바람 소릴
가만히 지켜보듯
너는 내 가지 흔드는 바람을
떠안고 있지.
홀로 보는 세상에서
홀로 깬 의식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면서
차마 숨겨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 누나.
그래도
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매일 하고싶은 말은
나에게 너는
드넓은 우주에서 날아온
미풍보다 살갑다
때로는
내 마음 깊은 곳에 흐른
고향보다 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