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엄마의 자리

텅 빈 고향집 옥상 빨랫줄에는

엄마의 손때 묻은 낡은 집게가 달려 있다

엄마의 무덤가에 핀 영산홍 같은

고운 엄마의 여운이 집게에 매달려

빨랫줄에 하얗게 나부끼나 싶더니

세월 가면 잊힌다는 엄마의 독백처럼

한 해 두 해 바래지고 흩어져 갔다

바닷가에 뒹구는 조약돌같이

파도에 휩쓸려 무너질까

마음에 갑옷을 입으시던 우리 엄마

자식 두고 가신 길 못내 서러워

꽃잎 같은 마음을 거두신 걸까

어느 바람에

남은 기억마저 승천하고 나면

내 그리움도 엄마 계신 하늘에

닿을 수 있으려나

오늘도 정처 없는 내 마음은

텅 빈 고향집 옥상 빨랫줄에 매달려

지나는 바람에 편지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