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점심시간에 나온
된장 뚝배기를 본 순간
행주 삶느라 켜둔
가스불이 생각났다.
일순간 기억의 에너지가
섬광처럼 빛난
가스 불에 운집해
그 밖의 모든 촉수는
정전된 듯 아득하였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야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었고
그새 행주는
내게서 빠져나간 시간만큼
허옇게 말라 가고 있었다.
새날이 밝아올수록
나와 나는 노쇠하여
서로에게 몰입하지 못한 채
몸서리쳐도
어차피 그 끝엔
까맣게 잊혀갈 수밖에..
그러나
내 걸어온 공간 속 부재가
내 인생을 채워가도
아쉬울 일도
아까울 일도 아니다.
먼 훗날 나와 내가
서러운 작별을 고하지 않고도
아득히 멀어간 은하수에
안착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