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을 보며...

무채색 옷을 입고
그늘 드리운 들녘으로 나선다.
마른 바람이 스친 자리마다
도미노처럼 닫힌 문들
끝을 모르기에
틈을 밀고 들어온 소리들은
느림도 없고 약함도 없다.
그렇게 세상은
한 줄기 바람에 속절없는데
우리가 잃었다고 체념한 들길엔
어느새 노란 물결이 출렁인다.

먼 옛날, 고향을 떠나와
한때는 무력하게 스러졌을 저들
이제는 흙 닿는 데마다
제 자리 만들어
낯선 바람에 무너지는
주인의 여린 등을 토닥인다.
어쩌면 내일은
오늘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 황홀한 빛의 여운을
기억할지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