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그날밤 아낙들은.

한가위 때면

포도주를 마시는 아낙들이 있었다.

포도주 고운 빛깔이

유리잔에 출렁일 때

우리의 이야기는

알코올을 닮아 간다.

달님은 중천에 앉아

기도의 합창을 시청하고

그 밤

아무도 볼 수 없는 나만의 기도를

나는 알코올 퍼진 복부속에

꼭꼭 숨 겨 두고 있었다.

술 잔이 비워 갈 수록

내 기도는 텅 빈 우주로 향한다.

빈 술병에 남아 있는 찌꺼기가

묘한 여운으로 먼 훗 날을 기약 할 때

아낙은 달 기운 줄도 모르고

포도빛 물든 가슴을 내보이고 있었다.

시작은 어디에 있었고,

끝은 무엇으로 남을까...

생의 고단함이 술잔 속에 고이고

익어버린 포도주빛 얼굴이

찬 새벽에 걸려

달님같은 온기를 흡입하고 있을때.

아낙들은 훈장 하나씩 가슴에 달고

빈 술병 같은 세상에 서서

달그락 달그락

속 풀이 국을 끓이고 있었다.

2002.9.25

*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