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을까

오래된 책갈피 속에 고이 접어둔
지워지지 않는 문장을 꺼내봅니다
슬픔을 담가 우려내면 저 빛일까요
그리움을 떨구어 풀어내면 저 빛일까요
애써 등을 돌리지 않아도 지워진 세월앞에
푸르고 싱싱한 혈관을 타고 펼쳐진 사연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빗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에 숨겨둔 열쇠를 꺼낼 수 있다면
나는 정처없이 떠도는 바람으로 가볍게 흩어져
안부를 전할 수 없는 주소를 스칠 수 있을까요
닿을 수 없는 사랑은 허공을 맴돌다가
글썽이는 노을 자락에 비가를 틀어주지만
내 인생에 하늘빛 편지가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내 젊음의 초상을 가슴으로 또바또박 적어준 그대
먼길 떠돌다가 떠돌다가 그때도 내가 고이거든
아득한 기억을 더듬어 가벼운 홀씨로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