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사라진 직업

뒷방에 들어앉은 나무가

수두룩하다는 정보가 떠돌았다.

태어난 지 칠백이십 날이 지나면

세상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솔가리는

나오자마자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솔가리가 보이는 족족 품절되는 통에

자급자족하던 나무들은 영양실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갈참나무가 제아무리 영업사원을 늘려도

솔가리 앞에만 서면

어깨를 힘없이 늘어뜨리기 일쑤였다.

솔가리의 진가는 아궁이에서 빛이 났다.

밥이 되고, 국이 되고, 아랫목이 되고

그래도 남으면 옷이 되고, 신발이 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만한 적선이  또 있을까.

제 것을 다 내주고도

후대를 잇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던 소나무는

당당한 만큼 뾰족한 성격을 지녀도

누구에게 손가락질 받은 적 없었다.

솔가리의 인기가 절정에 다다를 즘,

   '세상 근심을 알지 못해

내일의 지반이 약해지면 끝장'이라는

우려 섞인 농담이 화근이 된 걸까.

집집마다 연탄아궁이로 교체한다는 안내장이 붙었다.

#메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