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그날 그 친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배꼽이 빠질 듯한 웃음을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누군가 에피소드를 말할 때, 그 이야기의 실체가 너무나 익숙하고 공감 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라면 몰입의 속도는 안 봐도 제트기다.

자신들이 보고 느낀 것이 전부라 생각하며 "너의 갯짐(주머니)이 몇 개냐?"라고 우기던 친구들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금방이라도 치고받을 듯한 고성이 오가던 자리, 늘 도마에 오르던 유년의 이야기도 많이 시들해진 지금은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양념이 부족한 김장 맛이랄까……

그런 중에도 기억력이 좋은 친구가 객기 많던 시절을 꺼내놓으면, 누구랄 것도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르르 쏟아낸다.

너무 많은 사연을 담고 일찍 객지 생활을 하던 K라는 친구가 있다.

현재 그 친구는 ‘명장’이라고 할 만큼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점에 올랐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일들이 그의 심신을 옥죄었을까 싶은 깊은 이야기는 여전히 할 수 없다.

하지만 K에게는 학업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친구들이 많았고, 그 친구는 언제나 고향 친구들을 다정하게 맞이하고 보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섬에서 K가 보고 싶어 상경한 H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객지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 비해 술 매너는 형편없었다. 물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게 되었으니, 술기운에 술술 풀어낸 입담은 또 얼마나 걸쭉했을까……

K에게는 반가운 친구였음에도, 도저히 이 친구를 이대로 방치했다간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노파심이 극에 달했다. 그래서 말이 거칠어질 때마다 입을 찰싹찰싹 때려주었는데, 그게 반복되고 강도가 높아지던 어느 시점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단골 술집이니 옆자리에 있던 손님이 신고를 했으리라는 심증만 있을 뿐, 경찰서에 끌려간 이들 무리는 차례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경찰: 어떤 사이입니까?

K: 친구 사이입니다.

경찰: 왜 때렸습니까?

K: 말을 거칠게 해서요.

경찰: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면 되겠습니까?

K: 잘못했습니다.

K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번에는 입술이 퉁퉁 부은 H를 의자에 앉힌다.

경찰: 어떤 사이입니까?

H: 친구 사이입니다.

경찰: 직업이 무엇입니까?

H: 그것이… 그러니까…

경찰: 왜 반말하십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직업이 무엇입니까?

H: 그러니까… 뭐냐… 배… 배…

경찰: 네? 뭐라고요?

H: 배…

이때까지만 해도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들은, 입술이 너무 부어서 말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경찰: 직업이 뭐냐고요?

H: 꽁치…

경찰: 네? 우리가 우습게 보입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직업이 뭡니까?

이때,

벌떡 일어난 H,

금방 후들후들 떨면서,

“예… 시방 꽁치배 타는 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