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산 너머에 큰길

가고 싶은 길이 있었으나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체념하고 돌아선 자리에

서러운 바람이 불었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이었으나

걸을 수밖에 없는 길 위에

나무를 심어 두고

날마다 바람이 멈추길 빌었다

눈길 가는 곳에 햇살 번지고

새움 돋는 소리 무성하여

이제 가고 싶은 길은

영영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산 너머 큰 길이 궁금하고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저어도

나를 깨우는 진실은

언제나 앞서 있었고

내 갈망의 소리는 여전히

손 흔들고 있는데 왜 몰랐을까

먼 길 돌아오는 길

너무 지쳐 주저앉고 싶지만

사는 날까지 저 산 너머

떨리는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그리하여

진정 가슴 적시는 말 한마디

눈물 나게 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