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해의 임종

해가 떠나기로 한 바닷가

오차 없는 명중을 위해

포수는 숨 가쁘다

일제히 표적지를 향한 총구

땅끝 자석에 이끌린 관객들이

스르륵 밀려와 붙는다

팽팽한 긴장이 옥죄는 시간,

황금의 물비늘을 가르고

배 한 척이 여유롭다

"저러다 멈추면 어쩌지?"

누군가는 불길한 온도를 재고

"멈추긴 왜 멈춰요!"

누군가는 애써 부정하고 싶다

순간의 부정이 뚫리고

순간의 염원이 풀리는 찰나

찰칵찰칵찰칵

탄성과 함께

포성이 요란하다

작별이

기다림의 끝일 수 있을까

떠남이

설렘의 시간일 수 있을까

바다는

핏빛 낭자한 주검을 지우고

물새 한 마리

포물선을 그리다 사라진다

2020.9.  인천 정서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