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멈춰버린 시간들

어둠에 출렁이던 욕조가 부식된다면

잃어버린 볕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모든 슬픔의 방수는

바다가 끊긴 첫해부터 보장될 것이라고

앞다투어 긁어대던 물소리는 다 어디로 흘러간 걸까요

물안개로 흩날리던 소음은 백시멘트에 마감되고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던 곰팡이가 수직의 틈 사이를 채울 때

쩍쩍 갈라져 조각난 미래를 만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하늘이 왈칵 쏟아지는 것은 남은 생이 화석이 되는 일입니다

4월이 가면 검은 바다는 은빛 펄에 매워져 반짝이고

항로를 개척하던 아이들을 배웅하는 통곡 소리는

무심한 누수 속에 바래지겠지요

새로운 봄이 방수층을 투과해 눈이 부실수록

더욱 또렷해진 모서리의 노란빛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위로가 위로가 될 수 없는 내구성을 이해하시고

차라리 무성한 침묵으로 번식해 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빛이 허둥대는 물줄기에 조각난다 해도

이 생애는 깊은 바닷속에 수장된 리본이 건조되어

노랑나비로 승천한다는 소식은 전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묵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