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고향으로 가는 길(1)

고향으로 가는 길은, 2023년 5월에 있었던 내용과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며 총 8편으로 기록 했지만, 개별로 읽어도 무리없게 전개하였습니디.

예민하게 지켜보던 날씨가 급변한 것은, 고향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였다.

숨 가쁜 현실을 뒤로하고 사 남매가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태풍이 온다고 해도 고향 행을 멈출 수는 없었다. 싱그러운 날들이 자꾸만 번식해 가는 이 좋은 계절에 고향 맛집 투어까지 계획하며 한껏 부풀던 마음에서 거품이 빠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휴 내내 비를 동반한 강풍이 머문다는 예보가 아무리 요란해도, 서울에서 여수까지 고속도로는 행락 차들로 빼곡하다. 아래로 내달릴수록 잿빛 농도가 짙어가던 하늘에서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여수 식당에 미리 주문해둔 장어탕과 장어구이를 찾아 돌산 펜션에 도착하자, 두 동생들이 흠뻑 젖은 채로 마중 나와 있다. 바람을 견디지 못한 우산이 흙비린내 질펀한 정원으로 다이빙을 했다나...

날씨로 계획이 변경되었을 때,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동네 마트 식품관 한 귀퉁이를 털어 약간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아쉬운 대로 저녁상을 차리는 사이 오빠가 도착한다. 오랜만에 남매들이 회포를 풀며 아침까지 먹고 느긋하게 섬으로 들어가자던 계획이, 섬으로 먼저 내려가신 사촌오빠의  갑작스러운 전화로 끝이 난다. 폭풍주의보로 오후 뱃길이 끊겼단다.

밤사이 뒤척임도 무색하게 이른 아침 전화기로 들리는 한림해운의 반복적 멘트는 전 해상 운항중단 소식이다. 이제는 꼼짝없이 뭍에 갇히게 되었다고 술렁이는데, 이번에는 사촌언니가 화태리에는 아직 건너는 배가 있다는 정보를 흘린다. 설령, 갈 수 있다 해도 겁이 나고, 갈 수 없다 해도 난감한 이 상황에서, 모험은 어쩔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강행된다.

강풍의 장난에 현관문이 압축된 펜션을 간신히 빠져나온 우리는, 한참 만에 화태 대교를 건너 철선이 온다는 부두에 도착한다. 간간이 휘몰아친 돌풍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 벌써 여려 대의 차량이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다. 거친 백파에 정복당한 저 바다를 과연 우리는 건널 수 있을까...

마침내 도착한 철선의 직원에게 파도의 심장은 건재한지 여쭈었다. 답은 차부터 실으란다. 괜히 느긋하게 단잠에 빠져있는 딸애에게 전화를 걸어 간밤에 포항에서 상경한 아들의 안부를 묻는다. 선원의 고함소리에 맞춰 승선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오빠다. 일상적인 농담이 오갔지만, 바다를 건너는 내내 두려운 마음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오빠도 무서워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고, 우리 자매는 까르르 웃는다.

그 사이 철선 위로 드러난 여천 항 대합실 건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10분 만에 건너고 보니, 객선을 타고 통학했던 학창 시절에 저장한 그 파도 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배가 바다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할 때마다 오장육부가 우두둑 무너지던 순간을, 내 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