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가슴에 묻은 사연

늪 속에 칩거하며

구멍 뚫린 세월을 보낸다고 해서

혼탁한 물속에 수몰된 것은 아니었다

땡볕의 폭주가 거침없이 요동칠 때면

진흙과 타협하며 대공을 올렸고

지루한 장마에 시야가 흐려질 때면

푸른 혈관을 더듬어 앞으로 나갔다

뿌리 깊은 유배의 고립처럼

구름이 꺼내놓은 고독을 흡수해도

질기게 따라오던 불안을 떼어내며

허공을 만지는 손길에 마음을 포개는데

저무는 하늘가에 피어나는 노을은

오래된 응혈을 풀어 줄 수 있을까

 허옇게 드러난 연못의 속살을 보고도

옷깃을 여민 그녀는 오늘도 말이 없다

2022.7.24  관곡지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