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멈추는 날까지 달려보는 거지요

오랜 날 단단하게  엎드리고 있던 옹이는

저 윤기 난 대퇴부에서 영영 깎여버린 걸까

징소리 같은 통증을 늘리며 어미품을 떠난  잔가지가

음습한 그늘에 바스러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울창한 숲이 되어 빼곡할 수 있었을까

그 해 겨울 구급차가 절박한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쌓인 눈이 작은 나무를 지근지근 밟는 일이 없었더라면

묵직한 어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하는 일은 없었겠지

호흡곤란인 채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것은

칠흑의 절벽 끝에서 아슬하게 흔들리는 것과 틈을 두지 않는다

아득한 운명을 비틀어 밑둥치를 빠져나온 나이테가

이제 다시 사다리를 딛고 올라 우듬지를 용접하느라 숨이 가쁘다

봄이 열리고 내 수피에 연두 물이 차올라도

기우는 수형을 거부할 수 없다고 비틀거릴 때,

잃어버린 걸음을 찾을 수 있다는 전단지가 반짝인 것이다

가끔은 척박한 껍질을 벗기느라 지난한 술잔을 기울어 보지만

뻗어가는 햇살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기에

애면글면 하지 않아도 둥글게 누적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도심에 우뚝 서있는 빌딩 옥상은 오늘도 눈이 부시다

누가 있어 저 우람한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