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낙엽의 부탁

가을이 노을로 타오른 숲이

지는 시간을 견디는 동안에도

허공에 매달린 불안이

그늘을 드리우는 시간에도

한 번쯤 환하게 웃으며 곱게 물들

우리네 인생이 있다는 걸 믿었어요

내 머문 자리 차디찬 눈빛으로 얼룩져

들 출 수 없는 사연 쌓일 때 있었고

뜻밖의 바람에 속절없이 꺾이어

우울한 강물에 휩쓸려 아득했어도

그대 향한 걸음 돌릴 수 없었던 것은

수없이 떨구고 왔을 그대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대,

온몸이 젖는 순간에도 힘 내시고

남은 시간에도 예쁘게 물들어 주세요

흔들리고 또 흔들려 영근 빛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단풍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https://youtu.be/vz5pxQEBG_s?si=apEsyiOeVpLt98mt

음악듣기[MYRKUR/House carp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