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이야기

홍시의 늦가을 이야기
이종희
허공에 매달려 아무리 바둥거려도
세상의 장대에 구속될 운명인 걸 알고 있어요
당신의 고백은 늘 달콤해서
서러운 진물이 흘러내리죠
단 하루만이라도 겹칠 수 있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물들 수 있다면
한숨 섞인 애증이 가지를 늘일수록
꺾을 수 없는 그리움만 안으로 곪아갑니다
잎 진 자리 새살 돋아 갈변에 익숙해지면
가을비에 묻힌 진실도 시들 수 있을까요
영원은 우주의 뿌리라고 속삭이던 단물마저
주름진 수피에 움츠려 펴지질 않아요
흥건해진 사연이 가지마다 열리거든
오래된 주홍빛 이름 하나 우려 보세요
찬 서리에 떨어질 사랑 허락했다면
빈번한 고독이 차오르는 에움길에
떫은 채로 매달려 있진 않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