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지난 가을 행복하셨나요?

네, 행복했습니다.

어떻게 행복했는지 물으신다면

글쎄요...

딱히 이것이었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요.

한 달 전 건강검진받으러 동네 병원 가는 길에

가을꽃을 만났습니다.

하도 예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천천히 보아야 더 예쁘다고 합니다.

지금은 병원 가는 길이라는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얼마간 공백기 지나 다시 돌아왔습니다.

널브러져 있었다는 말,

자유분방했다는 말 외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화원이었지만

그 어수선함 속에서도 제 마음을 사로잡은

화초는 있었으니까요.

바로 국화예요.

국화면 국화지, 용백, 황호, 아스타 ...

생소한 이름이 어찌나 많은지,

그렇지만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종희 씨 여기서 뭐해?”

세상에, 이 낯선 공간에서 누가 제 이름을 부를까요?

돌아보니 아는 사람이네요.

어찌어찌 헤어지고 며칠 후 모임 날

다시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날 화초 샀냐고 묻더라고요.

당연히 샀다고 했지요.

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들을 샀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만 보입니다.

올해 단풍은 때 이른 추위를 견디지 못했는데

경제도 낙엽 아래 깔렸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오면서

불안하지 않는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요.

우리 집 베란다는 3만 원어치의 가을이 들어와

여적 피고 지기를 거듭합니다.

볼 때마다 너무 예뻐서 제가 더 벙글고 있습니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