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솔개가 다시 고개 든 까닭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던 오해는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정체된 무심을 쪼아대며 서열을 탓할 때부터

우애는 등을 돌린 채 허공을 가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무에서 하늘로 비상할 때는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축복하는 햇살에 복받쳐 눈시울이 붉었고

수심에 찬 불안이 우듬지에 둥지를 틀 때면

갈색 날개는 중심을 지탱하며 걱정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무언의 이해로 보듬고 의지해온 사랑은

잘잘못을 들추는 순간 물거품으로 사라진다

절벽 끝에 매달려 뾰족한 마음을 세우는 것은

절벽 끝 방아에 바스러진 부리의 통증이고

용서라는 유순한 깃털을 쓰다듬는 것은

내 마음에 파고드는 발톱을 모조리 꺼내는 일이다

꺾어내고 뽑아낸 서운한 날들이 흩어지고서야

흩어진 다정도 군무를 펼치는 것을,

높은 섬 봉우리는 수평선을 평정하고서야  비로소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