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잊지 않으셨군요(포토에세이)

어젯밤 꿈속에서

송이송이 망울지던 그대를 보았습니다.

그만하면 될 것을,

우리는 어쩌다 백설을 찾느라

그리도 애태우며 살아갈까요.

두고 가신 그 방에는 아직도 계절이 멈추고

그대의 행선지를 알지 못한 친구들은

다시 만날 것을 예감하며

사랑을 놓고 가느라 행복합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마세요.

어차피 우리는 이 세상을

미완으로 남겨두고 떠나야 할 운명입니다.

서둘러 가시느라 놀란 가슴도

흐르고 흘러

다시 설화로 피어나고 계신가요.

함께 왁자했던 너른 세상에서는

모양이 잘 갖추어진 이글루를 지어

입주를 서두르고 있어요

가끔 흰눈이 나풀거릴 때면

그대가 남기고 간 발자국들

한 자 한 자 적어볼게요.

부디, 먼곳에서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