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야기
멀쩡하던 정신이 날씨에 지배당한 듯
아침부터 흐리멍덩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고
어제 읽다만 활자를 꺼내
한 자 한 자 눌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득해지더니 고개가 뚝 떨어졌다.
깜짝 놀라 도리도리 한 번 하고 보니
다행스럽게도 저마다 휴대폰 속에 갇혀있다
이런 상태인 나에게 들어올 세상은
전무하다는 걸 알기에
나는 서둘러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안과 밖의 온도차가 나는 것도 아닌데
이불 속은 항상 노곤해서 나는 곧장
유서 깊은 골목을 걸어 올라간다.
자세히 보니 대만 주펀 같은 시골인데
알쏭달쏭한 길을 휘어 돌아
길 모퉁이 벽에 걸린
거울 속 포동이와 눈 맞춤이
너무 선명해서 움찔, 뒤로 물러선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
걱정도 태산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그 속에서도 나의 세계는 참 다양도 하다며
꿈인 듯 꿈이지 않는 이 길이 왜 여기에 있는지,
나는 왜 여기 낯선 길을 헤매고 있는지,
그 원인을 찾다가 잠들기 전 켜둔
유튜브채널 대만 역사 강의가 생각났다.
'꿈은 무의식 상태인 나' 라고
프로이트가 말해두었다지,
악몽도 내 상상 속에서 전개 되고 있었음을
안심하다가 깨어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났다.
"빼깽이 죽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잤나 봐, 지금이라도 만들까?" 하니,
우리 옆지기 고개를 끄덕인다.
나의 음식 만들기는 언제나
간단명료하고 속전속결이다.
지난번 삶아 냉동보관 해둔
팥이랑 빼깽이 넣고 끓인다.
빼깽이가 펄펄 끓는 물에 녹다가
걸쭉하게 풀리면
물 살짝 넣어 고들고들 해진
밀가루 덩이들을 뒤적인다.
이런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눈대중인데,
나는 우리 고향말도 사랑하니까
눈가남이라고 말해줘야지...ㅋㅋ
그리고 가남도 없이
너무 오래 뜨거우면 먹기 힘드니까
넙데기한 민들레는 그대 것,
넙데기한 제비꽃은 나의 것 해야지...
금방 식혀 먹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한 사이
입수시킨 밀가루 건더기는
참 보기도 좋게 동동 떠오른다.
좀 크다 싶은 건더기를 숟가락으로
쿡쿡 눌러 자르고 나니,
아니 벌써 빼깽이 죽이
"나 다 되었슈~~~" 한다.
*빼깽이(고구마 썰어 말린 것 금오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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