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나는 남면에서 왔소~~

5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영등포구청역에서 내리고,

다시 2호선을 갈아타고 가다가

대림역에서 내리고,

다시 7호선을 갈아타고 가다가

강남구청역에서 내리고

다시 500여 미터 걸어서

십오회 친구 아들 결혼식을 보고난 후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친구들과 카페에서

여자 친구들 여행 일정과 장소를 의논하고 있는데

한 친구는 1박 2일 렌터카를 협찬하겠다고 했고

한 친구는 우리는 금오도에서 살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좋은 여행지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하며 2시간 동안 이어진

정다운 수다는 막이 내리고

다시 강남구청역에서 수인선을 타고 가다가

청량리역에서 내리고,

역사를 빠져나온 후

계단을 걸어 내려와

다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동묘역에 내려

역 근처에서 진행하는

초등 삼십팔회 친구 아들 결혼식을 보고

또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난 후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자고 찾아 나선 호프집,

모퉁이를 휘어 돌자

한눈에 봐도 정다운 포장마차가 있었다.

포장마차는 두 곳 중 한 곳은 거의 만원,

나머지 한 곳은 우리가 앉을 수 있을 만큼

좌석이 남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곳에는 약간 나이 드신 분들이

한쪽 자리에서 재미난 말씀을 나누고 계셨고

우린 방금 먹고 온 음식이 뷔페였던 걸

까맣게 잊고 다양한 안주를 주문하자

한 친구는 누가 그걸 다 먹냐 했고

한 친구는 안주는 나오는 데로

다 먹게 되어 있다고 해서

우린 깔깔대며 스르륵 고향말이 풀렸는데

주인아저씨 가까이 오셔서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안도라면 못 알아 들으실까 봐

"여수 인데요~"

"어쩐지 말투가   ~

나는 남면이 고향이요~"

순간 띠옹~!

"남면 어디신데요?"

"심포인데요~"

"어머나~저는 여남중 십오회인데요~"

"어머나~그럼 우리 한참 후배네~잉~"

"어머나~반갑습니다~"

"어머나~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

다 내 친구들인데 4회네~ㅎㅎ"

"어머나~나는 직포 살았네~"

"세상에~나는 학동~"

우리의 대화는

자꾸 두 눈이 동그래지는 내용만 반복~

나는 평소 알고 있는 4회 선배님

두 분 성함을 말씀드리니

까마득한 후배가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그렇게 대화는 깊어지다가

나는 선배님들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했고

선배님들은 우리에게 서울 하늘 아래서

고향 사람을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다고 했다.

한 선배님은 여남중학교 동문 밴드가 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가르쳐 주신다고 하셨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곳은

내가 자주 하트를 날리는 곳이었다.ㅎㅎ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 포장마차 주인은

얼마 전 하늘 품에 안긴

내 친구 매형이셨고

한 번도 뵌 적 없던 내 친구 누님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스치고 스친 그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한 채 살다가

우연히 어느 한자리에 만나는

이 신비로운 인연의 소실점을

우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오늘은

고향 분들을 만나기 위해

그 먼 길을 돌아오게 되었나 보다.